빚을 끼고 물려주면 — 부담부증여, 두 개의 세금으로 갈린다
전세보증금·대출을 낀 채 증여하는 부담부증여는 '채무는 양도세, 나머지는 증여세'로 쪼개집니다. 분리 구조와 계산, 배우자·직계존비속 간 추정 함정을 조문으로 정리했습니다.
들어가며
증여라고 하면 보통 재산을 '거저' 주는 것을 떠올립니다. 그러나 전세보증금이나 대출이 끼어 있는 집을 그 빚과 함께 넘기면 이야기가 달라집니다. 이를 부담부증여라 하고, 세법은 이 거래를 두 개로 쪼개어 각각 다른 세금을 매깁니다. 빚에 해당하는 부분은 '사실상 판 것'으로 보아 양도소득세를, 나머지는 '준 것'으로 보아 증여세를 부과합니다.
한 거래, 두 개의 세금
부담부증여에서 채무에 해당하는 부분은 '양도'로 봅니다.
부담부증여 시 수증자가 부담하는 채무액에 해당하는 부분은 양도로 본다 — 소득세법 제88조 제1호(요지)
그리고 채무를 뺀 나머지가 증여세 대상입니다.
증여세 과세가액은 증여재산가액에서 그 재산에 담보된 채무로서 수증자가 인수한 금액을 뺀 금액으로 한다 — 상속세 및 증여세법 제47조 제1항(요지)
즉 하나의 증여가 '채무 부분(양도세) + 채무 초과분(증여세)'으로 나뉩니다. 그림으로 보면 다음과 같습니다.
양도세 부분은 어떻게 계산할까
양도로 보는 채무 부분의 양도차익은, 전체 취득가액 중 채무가 차지하는 비율만큼만 안분하여 계산합니다.
부담부증여로 양도하는 부분의 양도가액과 취득가액은 각각 '채무액 ÷ 증여가액'의 비율을 곱하여 계산한다 — 소득세법 시행령 제159조(요지)
예를 들어 시가 10억 원(당초 취득가 4억 원)에 채무 6억 원이라면, 양도가액은 6억 원, 취득가액은 4억 × (6억 ÷ 10억) = 2억 4,000만 원이 되어 양도차익은 3억 6,000만 원으로 계산됩니다.
가장 중요한 함정 — 가족 간에는 '추정'이 다르다
부담부증여의 핵심 주의점은 가족 간 거래입니다.
배우자 간 또는 직계존비속 간의 부담부증여에 대해서는 수증자가 채무를 인수한 경우에도 그 채무액은 인수되지 아니한 것으로 추정한다. 다만 그 채무액이 국가 및 지방자치단체에 대한 채무 등 객관적으로 인정되는 경우는 그러하지 아니하다 — 상속세 및 증여세법 제47조 제3항(요지)
쉽게 말해 부모·자녀, 부부 사이의 부담부증여는 세무서가 '그 빚은 사실 넘어가지 않았다'고 일단 추정합니다. 따라서 전세보증금·대출이 실제로 존재하고, 그 빚을 수증자(받은 사람)가 자기 자금으로 갚아 나간다는 점을 객관적으로 입증하지 못하면, 채무 부분까지 전부 증여로 보아 증여세가 매겨질 수 있습니다. '빚을 끼워 세금을 줄였다'고 안심했다가 사후 검증에서 뒤집히는 가장 흔한 지점입니다.
숫자로 보는 비교 (설명을 위한 단순 가정)
시가 10억 원 주택을 성년 자녀에게 넘기는 경우를 단순 가정해 봅니다(증여재산공제 5천만 원 외 다른 공제·가산 없음).
- 단순 증여(10억 전부 증여): 과세표준 9억 5천만 원 → 증여세 약 2억 2,500만 원
- 부담부증여(채무 6억 + 증여 4억):
즉 받는 사람의 증여세만 보면 크게 줄지만, 주는 사람에게 양도세가 새로 생깁니다. 이때 부모의 주택이 1세대 1주택 비과세 대상이면 양도세 부담이 매우 작아 전체적으로 유리하지만, 다주택 중과 대상이라면 오히려 불리할 수 있습니다. '두 세금의 합'으로 따져야 한다는 것이 부담부증여의 핵심입니다.
실무 체크리스트
- 두 세금을 합산해 비교한다. 받는 사람 증여세만이 아니라 주는 사람 양도세까지 더해 단순증여와 견줍니다.
- 증여자의 주택 수·보유기간을 본다. 1세대 1주택 비과세면 유리, 다주택 중과면 불리할 수 있습니다.
- 채무의 실재와 상환을 입증한다. 가족 간에는 채무 인수가 부정 추정되므로, 보증금·대출의 실재와 수증자의 자력 상환을 증빙으로 남깁니다.
- 신고기한은 둘 다 3개월이다. 증여세는 증여받은 날이 속한 달 말일부터 3개월(상증법 제68조), 양도세도 양도일이 속한 달 말일부터 3개월(소득세법 제105조 제1항 제3호)로, 일반 양도(2개월)와 달리 동일하게 3개월입니다.
마치며
부담부증여는 잘 쓰면 세 부담을 낮추는 설계가 되지만, 잘못 쓰면 줄이려던 증여세가 그대로 돌아오는 양날의 칼입니다. 핵심은 두 가지입니다. 두 세금의 합으로 판단할 것, 그리고 가족 간에는 채무가 진짜임을 증빙으로 남길 것. 빚을 끼워 물려주기 전에, 두 세금을 함께 계산해 보는 것이 출발점입니다.
본 글은 일반적인 정보 제공을 목적으로 하는 참고 자료이며, 특정 사안에 대한 확정적 세무 자문이 아닙니다. 정확한 검토는 담당 세무사와의 상담을 통해 진행되어야 합니다.